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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짧지 않은 엄마와의 기록 [5]

쁘에리v 2025. 1. 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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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정적인 나의 공간에 기록하는 엄마와의 기억들.

엄마의 퇴원을 위해 병원으로 가던 그날의 나는 세상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설레었다.
드디어 엄마가 집으로 오다니!

처음 엄마가 쓰러지고 막내 이모랑 통화할 때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이모, 눈 깜짝하면 빨리 5월이나 6월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때 되면 엄마가 퇴원할 테니까..!"
그 말이 실제로 또 이루어져서 얼마나 기쁜지..

병원에 도착하여 모든 정산을 끝내고 엄마를 모시러 병실로 올라갔다.
같은 병실에 계시던 모든 분들이 엄마에게 축하를 전했고 엄마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지막으로 담당선생님을 만나고 드디어 병원을 벗어났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택시를 탈까 잠깐 고민했지만 버스를 타자는 엄마 말에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병원에 입원중일 때 외출, 외박을 나오긴 했었지만 이렇게 퇴원으로 길을 나서니 엄마도 마음이 들뜬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10여분 달려 집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

보통 부산사람들은  차가 멈추기 전에 이미 하차문 앞에 가서 서있기 마련인데 그날은 엄마의 안전을 위해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하차하였다.
그렇게 5분 정도 약간의 비탈길을 올라 집 앞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우리 집은 주택 3층이라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엄마의 속도에 따라 걸어 올라갔다.

마침내 엄마와 나는 집에 도착하였고 엄마는 그 길로 바로 샤워를 하였다.
병원 샤워실이 좀 춥고 타인도 사용하는 곳이다 보니 입원기간 내내 불편하다고 했었는데 퇴원해서 씻으면 되니까 별도로 씻지 않은 듯했다.
시원하게 샤워 중이던 엄마가 갑자기 날 불렀다.

"딸~ 엄마가 머리에 물은 묻혔는데 샴푸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 어쩌지?"

그렇다.. 엄마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약간의 기억장애가 남았고 이는 오랜 시간이 걸려 회복될 거라 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기억 안 나면 다시 한번 더 하면 되지! 이번엔 내가 기억할게 엄마! 머리에 샴푸 칠한 거!!"

그렇게 엄마는 편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샤워를 끝내고 퇴근하신 아빠와 양말을 개며 일상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뭔가 모르게 텅 빈 느낌이었던 우리 집은 비로소 엄마로 다시 가득 채워졌다.
아빠, 엄마, 언니, 나 우리 네 식구가 다시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나는 엄마의 퇴원으로 마냥 행복한 매일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양말 개고 있는 엄마랑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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