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U♥
짧지만 짧지 않은 엄마와의 기록 [7]
쁘에리v
2025. 1. 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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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정적인 나의 공간에 기록하는 엄마와의 기록들.
초여름인데 꽤나 더운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덥지만 맑은 날들을 즐기며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엄마와 함께 드라이브를 다녔다.
어느 순간, 엄마는 나의 퇴근 시간만 기다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나가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외출복을 입고 있다거나
내가 방에 잠시 쉬고 있으면 수시로 방문을 열어봤다.
이런 표현이 있는 날은 엄마에게 낮에 어디 나갔다 왔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집에만 있었다고 했다.
나는 아빠에게 '선선한 아침에 나가서 산책하고 오지~'라며 약간의 핀잔을 주었지만 아빠는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앞선 글에 말했듯이 아빠는 본인이 원하는 부분에서만 케어를 했다. 예를 들면 식사정도..?
엄마의 의존도가 나에게 집중되다 보니 나도 조금씩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난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이른 오후에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한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고 사장님이 좀 예민해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근무하는 8시간 동안에 계속 긴장상태로 있다 보니 집에 오면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렇게 한 달 쉬는 날 없이 매일 나가다 보니 나도 예민해져 다른 가족들에게 점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6월 말 일이 터졌다.
언니가 모임을 갔다가 말도 없이 외박을 한 것이다.
예전부터 엄마아빠는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걸 너무 싫어해서 언니가 늦는 날이면 엄마아빠와 종종 다툼이 생기곤 했다.
일요일 오전 일찍 약속이 있었던 나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11시부터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처음엔 언니 언제 오는지 연락해 보라고 하며 들어왔고
그다음부턴 언니가 오지 않아서 한 시간 간격 정도로 새벽 2시까지 '언니는 언제 온대?' 하며 물었다.
그렇게 엄마도 나도 잠을 설치고 새벽 5시에 휴대폰이 울렸다. 언니였다.
너무 화가 난 나는 장문의 카톡을 작성했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생각은 안 하냐고, 차라리 처음부터 자고 온다고 연락을 하지 왜 집에 온다고 했냐고.
나는 언니가 늦든, 외박을 하든 신경 안 쓰는데 엄마는 그게 아니니까 좀 잘하라고.
그동안 쌓였던 불만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나는 잠을 설치고 약속을 갔다.
오전 9시 언니가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했고 나는 그 연락을 무시하고는 약속 장소로 갔다.
오후 5시가 되어갈 때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저녁 먹고 들어올 건지 물어서 저녁만 먹고 들어갈 거라 했더니 저녁 먹지 말고 그냥 오면 안 되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으니 언니가 집에 들어와 화장실도 가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방에만 있다며
나보고 집에 와서 언니랑 같이 밥을 먹으면 안 되냐고 묻는 엄마의 목소리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엄마에게 화가 난 게 아니고 그렇게 행동하는 언니에게 화가 났다.
엄마에게 알겠다 하고 통화 종료 뒤 약속의 주인공인 남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서 언니 방문을 열어보니 자고 있었다.
아마도 술기운과 피로에 못 이겨 자는듯했다.
엄마에게 언니 자는 거니까 걱정 말라고 이야기하고 나도 방에 들어가서 쉬었다.
조금 있으니 엄마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저녁 먹고 들어오라할 걸 그랬나~?' 하는 엄마에게 '오잉? 아니? 나도 일찍 쉬고 좋아~~'라고 답하며 엄마를 끌어안았다.
엄마에게 화난 게 아닌데 엄마가 나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엄마에게 미안했다.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 내가 더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찬 하루하루였고 매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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